백업 계정 2020. 12. 12. 03:28




아키라
(... 근사하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직설적인 사랑의 시지만...)


루틸
어머니는 이런 시를 좋아하셔서, 자주 아버지께 낭독해달라고 하셨어요.
그걸 듣고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셨어요.


아키라
귀여우시네요.
정말 좋아하는 남편 분이 읽어주신다면, 넋을 놓게 되겠지요...


루틸
미스라 씨에게 말했더니 미스라 씨도 부탁받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귀찮아하면서 읽지 않았대요.


아키라
아하하. 미스라답네요.


루틸
만약, 미스라 씨가 귀찮아 하지 않고
[별의 호수] 를 어머니께 읽어주셨다면...
제 아버지는 미스라 씨가 되었으려나.


아키라
(대... 대답하기 곤란하네...)


루틸
가끔 생각하곤 해요.
어머니는 왜 마법사인 미스라 씨가 아니라 인간인 아버지와 결혼했을까, 하고.

인간에 대한 편견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마법사는 언젠가 몸의 성장이 멈춰서, 긴 수명을 살아가잖아요.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셨지만, 보통이라면 인간의 쪽이 더 빨리 죽을 가능성이 높아요.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하고...


아키라
... 확실히, 그렇네요.
루틸은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루틸
모르겠어요... 조금 무섭기도 해요.
엄청 인간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육체만 시간이 멈춰서 오래 살게 된다면, 하고요.

지금은 아직, 자신의 육체의 성장이 멈췄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었을 때, 무엇을 생각할까...




조용한 루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법사들이 가진 고민 중 하나에 닿게 된 기분이 들었다.

인간과 마법사들에게는 지내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에 남겨질지도 모른다.

얼만큼 웃음을 주고 받는다고 해도, 여행을 떠나는 기차를 보내는 것 같은 이별은 찾아온다.
소중하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괴로운 이별이.


아키라
... 그래도 루틸의 어머니가 루틸의 아버지를 사랑한 것 같으니
모두 특별한 행복을 찾은 게 아닐까요.


루틸
현자님...